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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

[미술평론 고충환] 박성욱의 변방풍경, 달콤하고 우울한 감성이 흐르는 / 고충환

[미술평론 고충환] 박성욱의 변방풍경, 달콤하고 우울한 감성이 흐르는 / 고충환


박성욱 Sean Park

변방풍경, 달콤하고 우울한 감성이 흐르는


Healing house 1 

W: 140cm, H: 105cm (Large edition) 1/5  

W:100cm, H: 75cm (Small edition) 1/5

HDR ULTRA CHORM ARCHIVAL PIGMENT PRINT

2013


Healing house. Sean Park이 자신의 근작에 부친 주제다. 힐링을 주제로 내세운 미디어의 영향이 없지 않지만, 여하튼 힐링이 현대인의 화두로 등극한 개념인 것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의 영향을 꼭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본다. 여하튼 미디어가 무의식을 파고드는 현대인의 생활필수품목으로 자리를 잡은 한 이를 인정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힐링이 이처럼 부각되고 있는가. 힐링 신드롬의 사회학적 의미는 무엇인가. 힐링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힐링이란 말 속엔 잘 사는 삶과 행복한 삶에 대한 열망이 들어 있고, 치유가 그 열망을 지지한다. 열망을 뒤집으면 결여가 보이고 치유가 보인다. 치유? 현대인이 병이라도 들었단 말인가. 어떤 병을 어떻게 치유한단 말인가. 여기에 뒤르켐의 문화지체현상에 대해 곱씹어볼 일이다. 현대인의 삶의 질이 문명화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물질문명(문명)이 내달리는 것에 비해 정신문명(문화)은 미처 이를 따라잡지 못한 채 뒤처지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 벌어진 사이와 차이만큼의 공허감이, 정신적인 패닉상태며 공황상태가 몰려온다. 바로 아노미 현상이다. 여기에 중심의 상실과 신의 상실, 고향의 상실(지정학적 지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실존적인 자의식의 문제?), 그리고 자존감의 상실과 정체성의 상실과 같은, 현대인은 온통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요셉 보이스는 자신을 공공연하게 무당에다 비유했다. 육체적인 질병을 치유하는 의사가 따로 있듯 정신적인 질병을 치유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그가 다름 아닌 무당이고 예술가들이다. 적어도 한 장의 그림이, 한 장의 사진이, 한 장의 이미지가 여전히 감동을 줄 수 있는 한 이 비유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덩달아 치유를 주제화한 Sean Park의 근작도 이로써 의미를 가질 수가 있을 것이다. 


작가도 밝히고 있듯 원래 Healing house는 Unknown USA의 두 번째 시리즈로 구상된 것으로서 먼저 선보인 Unknown USA 시리즈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상호 보충적이고 대리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먼저 Unknown USA 시리즈를 살피는 것이 Healing house 시리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Unknown USA 시리즈는 2012년 2월 미국 도시외곽을 횡단하면서 주로 고속도로 주변의 편의시설이며 소도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를테면 모텔과 편의점, 창고와 주유소, 그리고 먼발치에 보이는 담장 뒤편의 주택과 같은. 어떤 사진들은 작가와 마찬가지의 변방풍경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쓸쓸한 정감을 자아낸 에드워드 호퍼의 풍경화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호퍼의 풍경화에서 예각과 부감법의 구도가 심리적 긴장감과 함께 공허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하튼). 이처럼 이 일련의 사진들이 기록해 보여주고 있는 도시외곽의 정경들은 흔히 미국과 관련해 알려진 선입견과는 사뭇 다른 지점을 짚어낸다. 말하자면 소위 아메리칸드림으로 꿈꿔지는 소비지상주의나 팍스아메리카나로 대변되는 미국 주도의 세계평화 내지는 미국식 패권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경제 강국의 이미지와는 차별화된다. 어쩌면 작가는 경제 강국의 이미지에 가린 미국의 그림자를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Unknown USA라는 주제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익명의, 무명의 미국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미국 내지는 미국의 실재가 그 하나이고, 미국인의 눈에 비친 미국 내지는 미국의 실재가 그 다른 의미이다. 이방인의 눈에 미국이 익명으로 무명으로 와 닿았듯 미국인의 눈에 미국이 익명으로 무명으로 비친다? 바로 미국 속의 또 다른 미국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외곽풍경이며 변방풍경을 떠올릴 일이다. 미국의 가장자리에 해당하는 삶의 풍경들이다. 어쩌면 치열한 삶이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잠깐 들렀다 가는, 현실에 정박되기보다는 부유하는 삶의 풍경들이다. 그렇게 부유하는 변방풍경 위로 우수가 위안처럼 내려앉는다. 


Healing house 시리즈는 2013년 2월 촬영한, 역시 도시 외곽의 소시민들의 가정집을 소재로 한 사진이다. 마찬가지로 변방풍경을 소재로 한 것이란 점에서 Unknown USA 시리즈와 통하고, 소시민의 가정집을 소재로 한 것이란 점에서 모텔과 편의점, 창고와 주유소 등 고속도로변 근린시설을 소재로 한 Unknown USA 시리즈와 다르다. Unknown USA 시리즈가 지나가면서 봤다면, Healing house 시리즈는 그렇게 지나쳐본 풍경의 속살이며 실체 속으로 파고든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자본주의의 꽃(?)이랄 수 있는 도시로부터 멀찌감치 동떨어진 도시외곽의 속살을 파고들면 무엇이 보이는가. 그곳엔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정적이고 고즈넉한 삶의 풍경이 있었다. 도시와 외곽은 시간과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도심에 가까울수록 시간도 속도도 빨리 흐른다. 반면 외곽에 가까울수록 시간도 속도도 느리게 흐른다. 그렇게 느리게 흐르다가 종래에는 정지된 듯 보이고 정적으로 보인다. 그렇게 시간도 속도도 멈춘 정경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벌어진 틈 사이로 정적이 감돌고 정서가 파고든다.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불현듯 그림 같은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풍부한 중간계조와 색감이 가옥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사진이 감각적 쾌감을 자아낸다. 어떤 인공적인 조명도, 색 보정과 같은 디지털 과정도 거치지 않은 사진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로댕은 조각가가 할 일은 다만 자연을 충실하게 옮기는 일이라고 했다. 자연 속에 이미 다 들어있다고 했다. 아마도 작가는 감각이 정점을 찍는 시간에 바로 그곳에 있었을 것이다. 감각이 정점을 찍는 시간? 색감과 질감과 분위기가 어우러져서 감각적 쾌감이 고조되는 시간? 사실 그 시간에 대한 감지 중 반쯤은 자연으로부터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작가로부터 건너가고 건너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자연도 자연이지만, 자연현상에 대한 감지는 작가의 몫이다. 여기에 사진의 본질은 마법이라고 생각을 했다. 사진은 번듯한 것보다는 남루한 것들에, 번쩍거리는 것보다는 쇄락한 것들에, 시간을 지배하는 것보다는 시간에 침식당한 것들에 더 호의적인 것 같다. 그렇게 도심으로부터, 자본주의로부터 멀찌감치 동떨어진 외곽풍경이며 변방풍경 위로, 소박한 삶의 정경 위로 자연은 자신의 색감이며 질감을 내어주고 있었다. 그림 같은 풍경이란 말은 원래 낭만주의 풍경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정적이 감도는, 폐허 이미지가 향수를 자극하는, 쇄락해가는 것들이 쓸쓸하고 우울한 감성을 자아내는 풍경들이다. 시대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지만, 작가의 사진 속엔 이런 낭만주의 유전자가 흐른다. 달콤한 우울이랄지 아님 우수 같은. 투명하고 맑은 하늘색이 이런 감성에 깊이를 더한다. 


사진에는 여러 질이 있다. 도큐멘터와 르포르타주 같은 현실을 기록하고 증언하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감각적 쾌감에 초점을 맞춘 정서적인 사진도 있다. 이 가운데 작가의 사진은 외관상 현실을 기록하고 증언하는(이를테면 미국 외곽도시의 면면들을 통해 미국의 그림자를 기록하고 증언한다는) 유형학적 사진의 범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흔히 유형학적 사진이 간과하고 있는 정서적 환기를 취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표면이 유형학이라면 그 속살은 정서다. 작가는 색감이며 질감이 사진의 표면 위로 밀어올린 반쯤은 우울하고 반쯤은 달콤한 그 감성으로 하여금 삭막한 도시인들에게 치유가 되고 싶고 위안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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