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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

[미술평론 박여숙화랑] 김창열의 물방울의 미학

[미술평론 박여숙화랑] 김창열의 물방울의 미학 


김창열의 물방울의 미학 

물방울 _ 55.4x23cm_acrylic and oil on canvas_2013 - ②


김 화백은 1972년 파리의 "살롱 드 메"에 물방울을 선보이며 40년 동안 "물방울의 작가"로 현재까지도 꾸준히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해 왔다. 초기에는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붓자국의 흔적이 없이 정교하게 그렸으나 80년대에 들어서는 거친 붓자국을 남기는 신표현주의로 진화 하였다. 김창열 화백은 물방울 작업에 대해 과거 한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물방울 속에 용해시키고 투명 하게 "무(無)"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행위"라고 설명하였다. 왜 하필 물방울인가, 


 “Coincidences are spiritual puns.” 

 - G.K. Chesterton 


영국 문학의 거장 체스터턴의 말대로 “우연은 정신의 말장난 일 뿐.” 그가 물방울을 그리게 된 데에는 운명의 장난 같은 필연성이 있었다.  파리 남쪽의 팔레조의 마구간에서 그 당시 경제적으로 몹시 힘들었던 김창열 화백은 그곳에 머물며 작품활동을 했다. 궁핍하였기에 새로운 캔버스를 구입하기 힘들어 예전 쓰던 캔버스 위에 굳은 물감들을 쉽게 띄어내기 위해 물을 뿌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발견하였다. 다음날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던 것. 바로 물방울이었다.   

 ‘물방울들이 너무나 장엄했다’는 것이었다. 행운처럼 발견한 우연이라 하기에는 그의 정신적 집념의 결과로서 파리에 가지 않았다면 이러한 오브제의 발견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필연성이 보인다. 이러한 그의 의지는 국제무대의 기회와 행운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물 안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절박한 생각을 가졌어. 원래 나는 프랑스 유학을 꿈꿨어. 파리 땅만이라도 밟아 봤으면 좋겠다고 꿈을 꿨는데….” 그의 힘든 유럽생활의 시작이 그의 작품활동의 전환점이 되었다. 물방울의 발견 이후 이어서 그는 이후 점액질 같은 물방울에서부터 곧 흘러내릴 듯한 맑은 물방울, 화폭을 뒤덮는 올오버식 물방울, 천자문 위에 얹혀진 물방울 등을 잇달아 탄생시켰다.                                                                                    


그의 물방울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단지 우연히 발견한 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물방울 속에는 그의 어린 시절 아무 걱정 없이 강가에서 뛰놀던 순수했던 마음부터 그의 친구, 동료들을 앗아간 6.25전쟁의 끔찍한 청년시절의 기억들, 즉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무엇보다도 한국의 역사의 흐름이 담겨있어 역사의 산 증인으로써 그의 작품은 대중들에게는 더 큰 동질감과 감동을 갖게 해준다. 김 화백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애쓰는 작업이 곧 그림이다. 물방울을 그리지만 늘 물방울 이상의 것을 그리려 한다.“ 하였다. 사실적이며 추상적이고 투명하게 비워져 있는듯 하지만 채워져 있는 그의 영롱한 물방울은 공간,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인생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철학적 물음표를 던져준다.        

 

 “달마대사는 9년간 벽만 들여다보고도 득도해탈 (得道解脫) 하여 부처님이 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40여 년간 물방울을 그렸지만 득도(得道 : 미혹(迷惑)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것) 는 커녕 아직 근처에도 못 갔다.”  

- 2012년 국립대만미술관 개인전 개막식 인터뷰 中 발췌 -


물방울 하나하나 그릴 때마다 참선하듯 아픔, 분노 등을 사그라지게 한다. 곧 없어질듯한 투명한 존재로의 회귀 그것이 바로 김창열이 그려내고자 한 보이지 않는 물방울의 미학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에게서 예술적 선(禪)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음을 느낀다.   

- 박 여 숙 화 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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